고양이 사료 뒷면의 성분표를 보면 조단백질과 조지방 옆에 조회분, 조섬유라는 항목이 적혀 있습니다. 처음 보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도 어렵고,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 것인지도 헷갈립니다.
먼저 두 항목의 차이부터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 항목 | 쉽게 말하면 | 숫자를 볼 때 알아둘 점 |
|---|---|---|
| 조회분 | 사료에 들어 있는 여러 무기질을 한꺼번에 측정한 값 | 높다고 바로 나쁜 사료는 아님 |
| 조섬유 | 특정 검사법으로 측정되는 섬유질의 일부 | 전체 식이섬유량과 같지 않음 |
중요한 점은 조회분과 조섬유 모두 사료의 품질을 점수처럼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회분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사료도 아니고, 조섬유가 높다고 장 건강에 더 좋은 사료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각각 무엇을 측정한 값인지 알고 다른 영양성분과 함께 봐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목차
조회분은 사료에 '재'가 들어 있다는 뜻일까?
조회분의 영어 표현은 ash 또는 crude ash입니다. 이름만 보면 사료에 재가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의미는 다릅니다.
사료를 높은 온도에서 태우면 단백질, 지방처럼 타는 성분은 대부분 사라지고 칼슘, 인, 마그네슘, 철, 아연 같은 무기질이 남습니다. 이렇게 남은 부분을 측정한 값이 조회분입니다.
과정을 단순하게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료를 고온에서 태움 → 유기물이 사라짐 → 무기질이 남음 → 남은 양을 조회분으로 측정
따라서 조회분은 특정 미네랄 하나의 함량이 아니라 여러 무기질을 합쳐 측정한 값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조회분이 높으면 나쁜 사료일까?
조회분 6%인 사료와 9%인 사료가 있다면 6%인 제품이 더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회분 숫자만으로 두 사료의 품질을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유는 조회분 안에 여러 무기질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조회분이 똑같이 8%인 두 사료라도 칼슘, 인, 마그네슘 등이 들어 있는 양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AAFCO의 고양이 영양 기준에서도 조회분 전체에 하나의 기준을 두기보다 칼슘, 인, 마그네슘, 철, 아연 등 필요한 무기질을 각각 다룹니다.
따라서 '조회분 몇 % 이하면 좋은 사료'처럼 하나의 숫자를 모든 고양이 사료에 적용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조회분이 높으면 요로 건강에 나쁠까?
조회분이 높으면 요로결석이 생기기 쉽다는 이야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회분 수치 하나만으로 요로 건강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조회분에는 여러 무기질이 섞여 있습니다. 조회분 8%라는 숫자만 보고서는 그 가운데 마그네슘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칼슘이나 인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습니다.
고양이의 요로 건강은 특정 무기질의 양뿐 아니라 소변의 pH, 수분 섭취량, 사료의 전체적인 영양 조성 등 여러 조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요로 건강을 고려해 사료를 고른다면 단순히 조회분이 낮은 제품을 찾기보다 요로 건강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품인지, 필요한 경우 개별 무기질 정보가 어떻게 표시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조섬유는 사료에 들어 있는 모든 식이섬유를 뜻하지 않습니다
조섬유도 이름 때문에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항목입니다.
여기서 '조(粗)'는 섬유질의 질이 낮거나 거칠다는 뜻이 아닙니다. 특정 분석 방법으로 측정한 섬유질의 양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조섬유는 사료를 산과 알칼리로 처리한 뒤 남는 성분을 측정하는 전통적인 분석법을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검사 방법으로 사료에 들어 있는 모든 섬유질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부 셀룰로오스는 측정되지만 헤미셀룰로오스나 리그닌 등의 일부는 제대로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분표에
조섬유 3% 이하
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사료에 들어 있는 전체 식이섬유가 정확히 3%라는 뜻은 아닙니다.
조섬유가 낮으면 식이섬유도 부족한 걸까?
그렇다고 볼 수 없습니다.
조섬유 검사로는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섬유질도 있기 때문입니다.
섬유질은 조섬유 외에도 총식이섬유(TDF), 수용성 식이섬유, 불용성 식이섬유 등 다른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포함되는 섬유질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조섬유가 2%인 사료와 4%인 사료를 보고 단순히 "4%인 제품에 실제 식이섬유가 두 배 많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조섬유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장 건강에 더 좋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섬유질은 종류에 따라 소화 과정에서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조회분과 조섬유는 몇 %가 적당할까?
두 성분의 뜻을 알고 나면 결국 이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조회분과 조섬유는 몇 %면 좋은 건가?"
건강한 고양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조회분은 몇 % 이하, 조섬유는 몇 % 이하가 좋다'라는 하나의 공식 기준은 없습니다.
AAFCO의 고양이 영양 기준을 보면 단백질과 지방을 비롯해 타우린, 칼슘, 인, 마그네슘,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의 기준은 제시되어 있습니다. 반면 조회분과 조섬유 자체를 하나의 필수 영양소처럼 정해 놓지는 않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성분표를 보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조회분 8%라는 숫자보다 그 안에 어떤 무기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고, 조섬유 4%라는 숫자보다 실제로 어떤 종류의 섬유 원료를 사용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숫자는 사료를 고르는 절대적인 합격·불합격 기준보다 다른 영양성분과 함께 참고하는 값으로 보는 편이 좋습니다.
'조회분 8% 이하'에서 '이하'는 무슨 뜻일까?
국내 사료 성분표를 보면 다음처럼 표시된 경우가 많습니다.
조회분 8.0% 이하 조섬유 5.0% 이하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8%'와 '5%'가 실제 함량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숫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내 반려동물사료 표시에서는 성분에 따라 최저량에는 '이상', 최대량에는 '이하'를 붙여 표시합니다. 조회분과 조섬유는 일반적으로 최대량 형태로 표시됩니다.
따라서
조회분 8% 이하 = 실제 조회분이 정확히 8%
라는 뜻은 아닙니다.
해당 제품이 표시된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예를 들어 A 사료가 조회분 7% 이하, B 사료가 8% 이하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실제 두 제품의 조회분 차이가 정확히 1%포인트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여러 사료의 성분표를 비교할 때 특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건사료와 습식사료의 숫자를 그대로 비교해도 될까?
건사료와 습식사료를 비교할 때는 조회분이나 조섬유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두 사료에는 들어 있는 물의 양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두 제품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건사료 A | 습식사료 B | |
|---|---|---|
| 조섬유 | 4% | 1% |
| 수분 | 10% | 80% |
표시된 숫자만 보면 건사료 A의 조섬유가 습식사료 B보다 네 배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물을 제외한 건물 기준(Dry Matter Basis)으로 계산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계산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물 기준 성분 비율 = 표시 성분 비율 ÷ (100 - 수분 비율) × 100
건사료 A를 계산하면 약 4.4%입니다.
4 ÷ 90 × 100 ≈ 4.4%
습식사료 B는 5%입니다.
1 ÷ 20 × 100 = 5%
제품 표면에 적힌 값은 4%와 1%였지만 물을 제외하고 비교하면 오히려 습식사료 B의 조섬유 비율이 조금 더 높습니다.
조회분도 같은 방법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사료와 습식사료처럼 수분 함량이 크게 다른 제품의 영양성분을 비교하려면 건물 기준으로 환산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조회분·조섬유를 사료 선택 기준으로 써도 될까?
두 수치를 아예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성분표를 볼 때 조회분과 조섬유부터 낮은 제품을 찾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주식으로 먹일 사료라면 먼저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을 빠짐없이 공급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인지, 그리고 새끼 고양이·성묘 등 현재 연령에 맞는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다음 필요에 따라 세부 성분을 살펴보면 됩니다.
조회분을 볼 때는 숫자 자체보다 칼슘, 인, 마그네슘처럼 확인하려는 개별 무기질 정보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직접적입니다.
조섬유는 전체 식이섬유량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섬유질을 중요하게 보는 사료라면 조섬유 숫자와 함께 어떤 섬유 원료를 사용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건사료와 습식사료를 비교한다면 수분 함량 차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표시된 수치만으로 비교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건물 기준으로 바꿔 보는 편이 좋습니다.
Editor's Note
사료 성분표를 본다면 저는 조회분 몇 %인지부터 비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회분은 여러 무기질을 한꺼번에 측정한 값이기 때문에 숫자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더 좋은 사료라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정 무기질을 확인하려는 목적이라면 칼슘이나 인, 마그네슘처럼 해당 성분을 직접 보는 편이 낫습니다.
조섬유도 마찬가지입니다. 2%와 4%라는 숫자만 비교하기보다 조섬유가 전체 식이섬유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부터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건사료와 습식사료를 비교할 때는 수분 차이까지 고려해야 숫자를 잘못 해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AAFCO, Dog and Cat Food Nutrient Profiles
- AAFCO Laboratory Methods and Services Committee, Critical Factors in Determining Fiber in Feeds and Forages
- 미국 식품의약국(FDA), Complete and Balanced Pet Food
- 국가법령정보센터, 「반려동물사료의 기타 표시사항」
- Tufts University Petfoodology, All About Ash